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자본처럼 투하했지만
남는 봄이 있습니까
-소유
진혜진
동백을 가졌거나 가지지 못했거나
마지막 한 수
절벽이 사람을 붙들고 있습니다
비틀거리다 고개를 젓다
서로의 심장에서 동백이 흔들립니다
해체되소서 애증이여
가지면 가질수록 흉기 같아서 분해되어 흩어지면 동백의 거름이 될까 봐
사랑과 미움이 뭉친 동백이
투하됩니다
남은 얼굴이 있습니까
우리는 서로의 착각을 사랑으로 투자했지만
소유가 되었습니까
빗발이 동백을 적십니다
이유가 다른 나도 흠뻑,
선운사는 피우고 동백은 흐릅니다
더 오롯한 풍경소리가 젖고 있지만
이제 와서 말인데요
내가 당신이니까 가져갔지요?
우리는 서로의 달인이 되지 못해
구기자를 달인 차를 마시다
가장 나답게
가장 당신답게
안녕 동백
가져도 가질 수 없습니다
진혜진 시인
2016년《경남신문》,《광주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포도에서 만납시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