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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호 Vol.38-진혜진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자본처럼 투하했지만 
 남는 봄이 있습니까
 -소유

 진혜진





 동백을 가졌거나 가지지 못했거나 
 마지막 한 수
 절벽이 사람을 붙들고 있습니다

 비틀거리다 고개를 젓다
 서로의 심장에서 동백이 흔들립니다

 해체되소서 애증이여
 가지면 가질수록 흉기 같아서 분해되어 흩어지면 동백의 거름이 될까 봐

 사랑과 미움이 뭉친 동백이 
 투하됩니다
 남은 얼굴이 있습니까

 우리는 서로의 착각을 사랑으로 투자했지만 
 소유가 되었습니까

 빗발이 동백을 적십니다
 이유가 다른 나도 흠뻑, 
 선운사는 피우고 동백은 흐릅니다
 더 오롯한 풍경소리가 젖고 있지만

 이제 와서 말인데요
 내가 당신이니까 가져갔지요?
 우리는 서로의 달인이 되지 못해
 구기자를 달인 차를 마시다
 가장 나답게
 가장 당신답게
 안녕 동백

 가져도 가질 수 없습니다










  

 진혜진 시인
 2016년경남신문,광주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포도에서 만납시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