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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호 Vol.37-이날



 
 수영장에서

 이 날





 엄마와 함께 수영장 가는 길
 두 달간 강습을 받았다고 한다
 반을 중급으로 옮길지도 몰라,
 은근히 자랑하는 말투다

 앞서 갈 테니 따라오라고 한다
 어미가 먼저 건너면 새끼가 다음이라고
 티브이에서 본 누 떼의 이야기를 해준다
 나도 새끼 누처럼 헤엄치고 싶지만
 엄마는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다

 초등학교 때 오후반 수업이 끝나면
 석간을 배달하는 엄마를 마주쳤다
 엄마는 빈 구루마를 끌고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구루마는 뒤뚱거리고
 나는 그 보도블록을 징검다리 밟으며 집으로 갔다

 엄마는 머리띠가 잘 어울리는 젊은 여자였고
 내가 부르면 돌아보며 웃었다 그녀의 등을 보며
 그 미소를 기대하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뒤엉킨 물거품 속에서
 내가 밟아 온 징검다리들이 부서진다
 어미 누도 나일악어의 입이 무서웠을 것이다
 그 두려움을 누르며 나아가는 어미의 마음을
 헤아리기까지 많은 강을 건너야 할 것이다

 두 다리가 번갈아 물을 찬다
 나를 낳던 힘도 저렇게 세찼을까
 간절한 두 다리, 그 사이가
 내가 처음으로 삶을 시작했던 통로다 









  

 이날 시인
 2015년포지션으로 등단. 
시집 『입술을 스치는 천사들』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