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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호 Vol.37-정미주



 
 폴스타

 정미주





 길을 따라 도착한 곳에는
 생일도 없이 기일만 남은 것들이 가득하다

 헌 옷으로 만든 깃발들 
 환영파티가 한창이다 

 진열대에는 발음이 어려운 프랑스 빵들과 
 케이크가 있다  

 디저트는 작고 예쁜 것들만 일컫는 걸까 
 달콤한 것에도 지옥은 있다는데 

 펠리컨이 훔친 빵은
 기린의 허벅지보다 우람했다 

 새벽에 갓 만든 빵을 먹으러 오는 비쩍 마른 코끼리들이 있어
 뒤따르는 한 무리의 살집이 있는 새들이 있다

 빵을 굽지 않는 주말 새벽
 제빵사는 평소보다 크고
 딱딱한 빵을 만든다 

 생쥐는 달지 않은 빵을
 계속 먹게 될 것이다 
 예감과 예언이 뒤섞인 포만감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달리 죄를 짓게 한 빵이 있겠어 

 집행관들은 빈속을 달랠 겨를도 없이 
 속전속결로 형을 집행한다 
 
 북극성은 어디에나 있다 
 인간이 유폐시킨 가장 큰 동물로









  

 정미주 시인
 2023년《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