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윤여진
나는 짓이겨지기 위해
더 붉어지는 중이야
당황할수록 불그스름해지는 내 두 뺨,
곧 익을 것 같지
흙을 헤집던 손가락으로
솔솔 자란 내 뿌리를 찾아본대도
나는 더 이상 응달 속 슬픔을 파내어
아름다움이라 부르지 않아
그늘 속으로 잠기는 그의 얼굴을
바람이 채어가지 않도록
돌멩이로 덮어두는 짓도 그만뒀지
살아 있어 내가 보는 것들
글썽거리는 어린 물방울을 외면할 순 없지만
급작스레 번지는 꽃물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단다
그래도 사랑을 말할 때면 얼굴이 붉어지지만
나를 기다리니?
볕은 뜨거우니 그늘받이로 오렴
우린 곧 만나게 될 거야
윤여진 시인
2018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