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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두 번째 농담 / 문정영 시인

 

    문정영 시집/두 번째 농담(시산맥사/ 2021.06)

 

 

 

 

시인의 말

 

 

 

45차 혁명에 우리는 AI와 어떻게 공존할까?

 

그때에 사랑, 이별, 고통은 어떻게 변할까?

 

다음 여행은 지구의 기후와 환경에 대한 것들이다.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집의 고정관념에서 조금은 벗어나고자 했다

 

해설 대신 시산맥 회원들의 추천글을 다수 게재하였다.

 

 

2021년 여름, 문정영

 

 

 

넷플릭스

 

 

꽃을 꽃으로만 보던 절기가 지났다

 

계절이 꽃보다 더 선명하게 붉었다

 

그때 당신은 열리는 시기를 놓치고,

 

나는 떨어지는 얼굴을 놓쳤다

 

되돌려볼 수 있는 사랑은 흔한 인형 같아서

 

멀어진 뒤에는 새로운 채널에 가입해야 했다

 

언제든 볼 수 있는 당신은 귀하지 않았다

 

공유했던 두근거림이 채널 뒤의 풍경으로 사라져 갔다

 

나는 캄캄한 시간을 스크린에 띄우고

 

당신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지우기로 했다

 

사랑을 자막처럼 읽는 시절이 왔다

 

눈에 잡히지 않은 오래전 사람처럼 자꾸 시간을 겉돌았다

 

나를 의자에 앉혀두고

 

당신은 생각에서 벗어난 생각을 보고 있었다

 

느슨해진 목소리가 사랑을 끝내고 있었다

 

툭 툭 우리는 같은 의자에서 서로 다른 장면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중이었다

   

 

 

    

두 번째 농담

 

 

고백은 느린 랩 같았어

 

두 번째 농담이 있기까지

 

낯선 너의 웃음을 견디지 못하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처럼

 

순간 뜨거운 공기 속으로 슬픔이 길어 올려졌고

 

상승과 몰락이 씻은 무처럼 하앴어

 

이제 말꼬리를 올려야지, 농담이 아닌 듯이

 

언제쯤 입술 주변의 공기가 말랑해질까

 

다른 표정 보이기 위해 얼굴을 감추었다 생각했는데

 

한 번의 농담은 농담이 아니었어

 

아직 불안한 눈빛의 나에게

 

이별은 어떤 논리로 세워둘 수 없었어

 

저 캄캄한 복도 끝이 절규를 감고 깊어지듯

 

어떤 농담은 울음 대신 꺼낸 두 번째 고백이야

 

너와 나는 공기 같다는 너튜브에서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펼치며 놀고 있었을까

 

 

 

 

뉴 프레퍼

 

 

밤새 위층에서는 각 싸움이 있었다

 

몸으로 말로 엇나간 각을 잡고 있었다

 

둘 사이의 벌어진 틈으로 조금씩 불안이 스며들었던 것

 

벚꽃의 눈빛은

 

산양의 울음이 가지 못한 곳까지 멀리 가 닿곤 한다

 

손을 놓아버리기 전에 이미 차가워진 손바닥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며

 

너와 나는 그렇게 겨울의 손바닥을 맞잡고 있었지

 

그러나 이전까지 몰랐던 따뜻한 손등이 있었던 거야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질문과 농담을 섞어

 

서로의 예각을 재보고 있었던 것이지

 

불안해서 개를 키워 본 적이 있니?

 

그때 개는 너의 둔각에서 평안했을까

 

 

New Prepper: 재난과 사고에 대비하는 사람

 

 

 

 

 

바닥들

 

 

물은 백만 개의 손바닥이 있지

 

물방개가 물의 손등을 살짝 깨무는 순간 색이 번지지

 

연꽃의 뿌리가 바닥에 가라앉아야

 

물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이 보이지

 

연못에 떨어지는빗방울, 눈을 뜨면

 

떴다가 감은 눈동자를 가릴 수 있는 손바닥은 없지

 

비 그치고 물이 움찔거리듯

 

하나의 표정은 만 번을 스쳐 생긴 흔적이라서

 

그가 떠나고 그녀애개 백만 개의 얼굴이 생겨났다는데

 

그녀는 물의 바닥을 보기 위해 걷고 또 걷지

 

돌아오는 길엔

 

백만 개로 번진 슬픈 손바닥이 따라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