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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호 Vol.06 - 이병교




눈 밖으로 낙엽진다

 

 

낙엽이 진다 나는 이겨 본 적이 없다 얼굴에 그늘이 질 때 말은 없어지고 고개는 떨어진다 진은 찐이다 찐방 속 진한 팥 냄새 속으로 먼 골목길이 보인다 낙엽이 진다고 가을은 아니다 도미노로 넘어지는 것들에는 진 목소리들이 이어진다 노을이 진 서녁 하늘로 새떼가 날아간다 엄마는 늘 아빠한테 졌다 왜 그렇게 바보 같애, 라고 타박하면 지는 게 이기는 거야 우리 가족은 지는 쪽으로 기울어졌고 가슴에 하나씩 멍이 졌다 멍은 붉다가 검게 그리고갈빛을 띠다가 괜찮아, 한 마디 서로 주고받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엄마는 지금도 이기고 있는 걸까 

 

 

2021. 12

이병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