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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호 Vol.02 - 이병교

  나는 없다 

 

 

 

  즘 서양철학에서는 주체가 없다고 한다. 나라고 하는 것은 자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확인되는 존재일 뿐이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타인에 의해 존재가 증명 되어야 비로소 존재자로서 설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E. Levinas)는 그래서 타인을 떠받들지 않으면 된다고 한다. 타인에 의해서 내가 존재자로서 대접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오래전 동양에서도 회자하였다. 불교 교주 석가모니 부처님의 첫 일성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말이 곧 그 말이다. 자칫 이 말을 '세상에 나만이 귀하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본래의 뜻은 '큰 나大我'이다. '큰 나'란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고 변별하지 않는 나이다. 타인이나 사물, 자연을 대아大我로 보고, 자신은 작은 나小我로 보는 관점이다. 그렇게 볼 때 천상천하유아독존에서의 유아는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는 큰 나를 의미한다. 소아병적인 '나'라고 하는 주체는 없다. 그건 아집이며 유아적인 자아이며, 병적 자아이다.

  오늘날 시에서도 이런 소아병적인 나라고 하는 자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만큼 주체의 감상은 금물이다. 너 없는 나란 존재하지 않으며, 너를 통해서만 나는 보이는 것이다. 너와 내가 없을 때 천상이나 천하에 하나가 된다.

 

 

      바람 속에서

    네가 눈을 뜰 때

    내가 저만치

    걸어오고

    나의 잠속에서

    네가

    정말로 네가

    꿈을 꾼다.

 

 

   2021. 08

 

   이병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