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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호 Vol.35 - 김백형



 이불로 24

 김백형





 허리 한 번 못 펴고 무릎까지 접힌 채
 캄캄한 대낮 숨 막히게 포개져 있었구나

 낙엽들도 켜켜이 벌레를 재우는 밤,
 두 발은 바닥을 떼고 
 요 위에 등을 붙여 베개를 베면 
 그곳이 머리가 되는 넌 
 무엇으로 베개를 삼아야 하지?
 괜찮겠니? 내 머리도 한 짐인데 

 살 맞댄 너와의 동침이 아내보다 많구나
 빛을 소등할게 어둠을 점등 해줄래
 그게 유일한 우리의 위로

 기꺼이 내어준 안단이불 코밑까지 끌어 올려
 눈을 감아본다
 종일 쫓아 오던 길이 문밖으로 되돌아가고
 먼지투성이 생각도 뒤따라가고
 숨 이랑을 넘나들며 잠투세 뜯는 고라니

 고작 장롱과 방바닥 간의 일화逸話지만 
 잠의 숲은 깊고 울창해

 직벽을 도는 시침과 분침처럼 
 기상과 취침을 전전轉戰하는 삶은

 아슬아슬 졸인 마음 차곡히 쌓아놓고 
 종일 기다려 주는 이 살가운 주소에

 창에 붙은 달을 떼어 우표로 붙이고 
 내일로 또 내일로 발송을 하지








  

 김백형 시인
 2017년 오장환신인문학상 수상.
 시집『귤』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