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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2024년 5월호 Vol.35 - 김백형
작성일 : 2024-04-30 23:23:41
이름 :
man
이불로 24
김백형
허리 한 번 못 펴고 무릎까지 접힌 채
캄캄한 대낮 숨 막히게 포개져 있었구나
낙엽들도 켜켜이 벌레를 재우는 밤,
두 발은 바닥을 떼고
요 위에 등을 붙여 베개를 베면
그곳이 머리가 되는 넌
무엇으로 베개를 삼아야 하지?
괜찮겠니? 내 머리도 한 짐인데
살 맞댄 너와의 동침이 아내보다 많구나
빛을 소등할게 어둠을 점등 해줄래
그게 유일한 우리의 위로
기꺼이 내어준 안단이불 코밑까지 끌어 올려
눈을 감아본다
종일 쫓아 오던 길이 문밖으로 되돌아가고
먼지투성이 생각도 뒤따라가고
숨 이랑을 넘나들며 잠투세 뜯는 고라니
고작 장롱과 방바닥 간의 일화
逸話
지만
잠의 숲은 깊고 울창해
직벽을 도는 시침과 분침처럼
기상과 취침을 전전
轉戰
하는 삶은
아슬아슬 졸인 마음 차곡히 쌓아놓고
종일 기다려 주는 이 살가운 주소에
창
窓
에 붙은 달을 떼어 우표로 붙이고
내일로 또 내일로 발송을 하지
김백형
시인
2017년 오장환신인문학상 수상.
시집『귤』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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