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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호 Vol.31 - 이현서



 당신은 직유법으로 말하고 나는 은유법으로 들었다

  이현서






 파문 혹은 질문이라 읽는다 
 모든 세계의 바람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린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사이
 당신은 바람의 언어로 성을 쌓고 나는 눈사람의 언어로 집을 지었다
 한 점 화폭 속 그림을 편애하던 마음이 여백을 동경하던 마음 끝내 읽지 못하고

 꽃이 붉어지는 이치를 깨닫기도 전에 흰나비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전에
 떨어지는 봄날의 꽃잎으로 돌아눕는 밤
 당신의 서쪽과 나의 노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어둠 속 숲의 귀가 길게 자라고 있을 때
 산수국 그늘에 고인 나비의 눈물을 수습하다 눈물이 슬어놓은 
 파문의 무늬를 읽는다

 왜 우리가 다른 길을 걷고 있는지 
 물끄러미 서쪽으로 기울어져 가면서도 마주 볼 수 없는지

 죽었던 봄이 살아나지 않듯이 
 치사량의 슬픔을 간직하고도 건널 수 없는 아득함 너머
 살얼음 진 시간이 불구의 기억을 껴안고 바람을 동경하듯
 
 처음부터 어긋난 기억 한 점에 전생을 거는
 눈부신 슬픔은 왜 끝내 우리의 몫이 되어 버렸는지


* 절대적인 시간. 물리적 객관적인 시간
** 상대적인 시간, 주관적 질적인 시간
 








  

 이현서  시인
 2009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구름무늬 경첩을 열다』『어제의 심장에 돋는 새파란 시간들』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