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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호 Vol.06 - 김유석




  

치치나에게


김유석

 


 이제 먼 여행을 떠나려 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미나 마트에서
당신의 마지막 품에 누워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려 해
당신의 품 안에서 엄마처럼 평화롭지만
여행길에는 부랑자와 더벅머리 일꾼들과
내 것이 아니어서 나보다 귀한 이들과 친구가 되었어
치치나, 나의 분신이자 태반이여
운명처럼 안녕
당신이 하얀 살갗이 오래전 유럽처럼 안온하지만
콩고와 과테말라 볼리비아 습지의 밀림으로
인디오 피가 흐르는 여인이 사는 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여행을 떠나려 해
발밑 단단한 길을 지우며 걸으며
내 고향의 흔적조차 없는 곳으로
태양 가까운 곳 가장 어두운 숲속으로 가려 해
나의 요절은 나의 생명,
늙지 않는 친구들과 함께
순간으로 충만한 순정의 숲으로 떠나려 해  

 

 

 

 

김유석 시인

2014년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당선.
2021년문학의 오늘》 시 발표.
시집 이주여행자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