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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호 Vol.01 - 길상호



물가에 앉은 사람

   

 길상호

 

 

그림자를 물 위에 뉘어놓고서

저기 물가에 쉬는 사람

 

한여름 저수지는 말이 없어서

함께 닫아건 입술에서

희미하게 비린내가 번지는 사람

 

방향을 바꿀 때마다, 시간은

구름이 되었다가 물고기가 되었다가

담배연기 한 자락 수면에 얹어놓고

아득한 눈길은 무얼 찾고 있는지

 

물결이 씹다만 버드나무 흰 뼈와

늙은 개처럼 드러누운 햇볕이

잠시 어른대다 사라질 뿐

 

삭은 손금을 툭툭 부러뜨려

물에게 던져 주고는

담배 한 개비 더 빼 드는 사람

 

물먹은 그림자가 가라앉아도

애써 눈길을 거두는 사람

 

     

 

   


  길상호 시인 

  2001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3,

  사진에세이 한 사람을 건너왔다』가 있음.

  현대시동인상, 김종삼 시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