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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유리절단기
서윤후
곤충 박람회장의 푸른부전나비를 보다가
바늘에 묶인 날개를 읽는다
이것은 어떤 단면의 무늬이지?
(어떤 단면의 무늬였으면 해?)
마지막으로 겪었던 날씨에 대해 생각하자
지금 우리가 가진 표정을 그려 넣었던
안전한 이곳을 떠나려는 사람으로부터
결속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흔들릴 때마다 손에 손을 붙잡고 있었는데
멈추는 순간 서로를 결박하게 되었지
나비는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어지러운 무늬를 지니까
아이들 방학숙제에 엉성하게 그려지다가
설명이 필요해 따옴표를 줍는
횡설수설이란 가장 아름다운 극치
언제부턴가 날씨는 살아남아야 하는 변덕이 되었지
네, 아니오 그런 대답으론 해나갈 수 없는
나비의 질문 속에서 우리는 꽃처럼 울었고
피어나는 것은 모두 빗금의 연금술
그런 날씨는 기록된 적 없이 베개 위로
창틀에 둔 찻잔으로
땀 범벅된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으로 찾아와
있었다가 없어지는
꽃잎에 포개어진 세계야 안심하기는 이르고
우리는 더더욱 나비도 아니면서
저마다 돌보던 날씨의 괴담이 되어간다는 것?
꽉 닫힌 심장을 열자마자
수만 마리의 나비가 흩어져 날아간다
읽을 수 없는 무늬였으니까 오래가겠지
쏟아지는 총알이 하나도 들어맞지 않는 오해의 단면이라면?
불사조 같은 나비도 있었을까?
기울어진 어깨 위에
알아볼 수 있도록 우리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날아가는
가벼워 속상한 날개를 파닥이는
서윤후 시인
2009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휴가저택』 『소소소』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산문집 『햇빛세입자』『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이 있음.
제19회 박인환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