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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호 Vol.33 - 이해존



 관계

 이해존






 한 번도 뜯어낸 적 없는 것을 드러내자 바람이 빈틈을 메운다

 코르크 마개처럼 처음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 담 벽에서 무너져 내린 흙더미는 제자리에 있던 것보다 수북하다

 오랫동안 붙들려 있던 것들이 어둠의 부피를 키운다

 같은 것이 같은 자리를 찾아가도 아귀가 맞지 않아 다시 닫히는 초점을 맞추기 위해 진땀을 흘린다

 한 번 떠나간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을 때, 어둠을 문지르면 더욱 짙어지는 날들

 둘로 나뉘는 순간 연기처럼 빠져나가는, 두 번 다시 들일 수 없을 것 같은 간극

 잠시 떨어져 지내보자는 말이 허공에 붙들린 마른 나뭇잎처럼 위태롭다










  

 이해존 시인
 2013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이물감』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