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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호 Vol.32 - 강경보



 카페 시클라멘, 비와 정물

  강경보






 이별은 한 잔 커피보다 가벼워

 의자는 습관처럼 안녕하였고
 나는 어제 못다 한 일을 하듯
 그대를 생각하네

 문고판 소설의 연애사를 덮으며
 어제 한 이별을 다시 쓰네

 작은 붉은색 시클라멘 화분을
 테이블 가장자리로 밀어보네

 온몸에 통점을 가진 것 같은 꽃말
 손 닿으니 절명할 듯 통곡하는데
 실내악 음표처럼 달리는 경쾌함

 한쪽 벽면 씨네스크린 위에서는
 농담 같은 시절 이야기가 끝나고
 모노톤의 빗줄기를 표창처럼 던지네

 유리창에 부딪혀 신경을 긁는 눈물 자국들이
 그대의 실루엣을 서서히 지우네

 슬픈 기억마저 책갈피처럼 접혀
 흐릿하게 번진 파스텔톤 수채화 속,
 정물로 박제되고 있네









  

 강경보 시인
 2006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우주물고기』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