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시
  • 신작시
  • HOME > 신작시 > 신작시

2022년 1월호 Vol.07 - 김민채



  

참,

 

김민채

 


너무 가벼울 것 같은 또는 너무 무거울 것 같은,
칼질된 숨이 꿈틀거리며 온다
 
다랑어의 마블링을 펴 보이며 참, 참, 참다랑어라며
땅콩 알 크기의 겨자를 간장에 푸는 손
 
능숙한 칼질로 파르르 물결치는 지느러미를
접시 위에 얹고 이건 살았을까 죽었을까 묻는다
 
칼날이 움직일 때마다 타전되는 짱짱한 언어들
묻지 마, 헤엄치는 것들의 버뮤다는 지상이야
 
이젠 쉬게 할래
 
나는 바닷가 모래알, 날아다니는 티끌, 공중을 떠도는 먼지
한 번도 멈춰본 적 없는 지느러미가 방향을 바꾸면 참,
바다도 기우뚱 다른 시절을 받아들이지
 
물의 살로
바다의 결이 입 안에서 쫀득히 씹힐 때
 
동백 꽃망울은 붉고 하루는 얼마나 짧던지
참,
싱싱해

 

 

 

 

 

 


 김민채 시인

2008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빗변에 서다』가 있음.
 

제18회 푸른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