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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호 Vol.07 - 문태준



  

올해 마지막 비

 

문태준

 


새벽에 내리는 비가 올해 마지막 비가 되겠지
얘기 좀 더 해봐요, 비여, 얘기 좀 더 해봐요, 저음(低音)의 비여,
비는 하귤나무에 은목서에 양하 마른 잎에 층계를 오르내리며 내리고
일어나려는 세계를 잠 속으로 나른하게 더 갈앉히네 
이 비 그치면 소식이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며 나는 홀로 새벽을 맞겠지
먼 데 있는 사람아, 사람아,
간혹 눈은 내려 쌓여 나의 고립과 검은 땅과 불 꺼진 뿌리와 내 푸른 기억을 덮겠지

 

 

 

  


문태준 시인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애지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