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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의 심장
나 루
어느 바람을 맞서온 것일까
잎사귀들 남김없이 떨쳐 버렸다
꼿꼿하던 척추도 버리고
살을 깎아 낸 곳에 새로운 가지들을 덧붙인다
부끄러운 속살에 달빛을 칠하고
바람에 잘 마른 햇빛을 덧대고 나면
본래를 잃어버린 자신이 아득해져
밤마다 심장을 접어 모로 눕는다
하늘로 오르던 떨림을 끌어내리자
재클린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병마가 사지를 묶고 남편조차 떠난 죽음 앞에
여인은 한 줄기 선율이 되었다
바람의 손가락은 날마다 어둠을 연주하며
마음껏 흐느낄 수 있었다
단풍나무는 소리가 되어
견고한 외로움을 따뜻하게 품어 안았다
첼로의 심장은
다시,
새들의 소리가 되어 두근대는 숲이 되었다
*오펜바흐가 작곡한 첼로곡. 비운의 여성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에게 헌정한 곡이라는 설이 있음.
나 루 시인
201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옷문학회 동인. 역사논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