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벗는 우주
-homo duplex*
김추인
머나먼 과거들을 우러러본다
하늘 가득 빛나는 수억만 개의 과거가
수억만 개의 빛으로 내게 닿는다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빅뱅?
그 1초 전 우주는? 혼돈?
독수리 성운 속 창조의 기둥에선 날마다
별들이 태어난다는데
우주 신비를 제임스망원경이 깨부순다는 거 아니?
태양까지의 거리는 1광년,
그대가 보는 태양은 1년 전의 태양인 것
1년 전 햇살이 파동으로 달려와
그대의 어깨 위에 입자로 내려앉아 있네
(뭐야 파동이다가 입자라니 박쥐야)
겨울 어깨가 따사롭겠네
1년을 달려온 열기가 식지도 않고 그댈 덥히다니
내가 그대를 본 것도 0.8초 전,
과거의 일이네
우리는 즉각의 지금을 볼 수 없으니
내 시선, 그대의 입술에 닿았다 돌아오는
거리가 있으니
*호모 듀플렉스:이중적 인간
김추인 시인
198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모든하루는 낯설다』『해일』『자코메티의 긴 다리들에게』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