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시
  • 신작시
  • HOME > 신작시 > 신작시

2024년 4월호 Vol.34 - 박은영



 복어​

 박은영 






 독종 소리를 들었다​ 

 너 죽고 나 죽자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죽지 않았다 

 공처럼 가지고 놀다가 버려져도 꾹꾹 울음을 참고 몸뚱이를 굴러먹었다 

 왜 사니? 

 독한 말을 씹어 넘길 때면 헛배가 불렀다 

 슬픔을 가리는 위장술, 

 내성과 독성의 굴레에서 독한 년, 욕을 배불리 먹고 천하게 굴러다녔다 

 돌아서면 잊어버릴 만큼 

 나는 독기를 빼면 시체였다

 투구꽃과 청산가리보다 한 수 위인 선대의 독 가들이 그랬듯 

 이를 악물고 살았다 

 살다 보니

 그 많은 천적이 멸종되고 없었다











  

 박은영  시인
 2018년《문화일보》,《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우리의 피는 얇아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