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리움은 이기적 유전자
전장석
내 그리움은 이기적 유전자
염색체도 세포도 없는
떠도는 자들에게 훔쳐 온 것
나는 누군가가 다가오면 칼을 쥔 자
자해를 거듭하며 돌연변이를 잉태한다
붉은 우체통과 푸른 등대를 지나
정시에 올라탄 열차의 높고 낮은 풍경을 지나
다다른 서재의 밀주창고, 반투명의 성운
반쪽의 인문학, 두 동강 난 책장을 보라
그리하여 내 그리움은
찰나를 왕복하는 소행성
세상 밖 무수한 별 중의 하나
우주에 텃밭이 있다면 어느 지상주의자의 끝나지 않은 노래
저물녘 더 깊숙한 곳에 둥지를 튼 새들은 알까
뼈와 뼈 사이 죽음과 고통 사이
먼 별들이 구전하는 소멸과 생성의 이중주
은하계에 알알이 박혀있는 그리움의 유전자
블랙홀의 들숨과 날숨을
누군가 접혀진 문장에 기생하던
그 누군가의 울림을 파르르 움켜쥐고
어둠과 더 먼 어둠이 차곡차곡 중첩된
그리움의 연대기에
나는 잠시 머물다 가는 별똥별
티끌들이 온 세상을 밝히고 있다
전장석 시인
2011년《시에》로 등단
시집『서울, 딜쿠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