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
정미주
길을 따라 도착한 곳에는
생일도 없이 기일만 남은 것들이 가득하다
헌 옷으로 만든 깃발들
환영파티가 한창이다
진열대에는 발음이 어려운 프랑스 빵들과
케이크가 있다
디저트는 작고 예쁜 것들만 일컫는 걸까
달콤한 것에도 지옥은 있다는데
펠리컨이 훔친 빵은
기린의 허벅지보다 우람했다
새벽에 갓 만든 빵을 먹으러 오는 비쩍 마른 코끼리들이 있어
뒤따르는 한 무리의 살집이 있는 새들이 있다
빵을 굽지 않는 주말 새벽
제빵사는 평소보다 크고
딱딱한 빵을 만든다
생쥐는 달지 않은 빵을
계속 먹게 될 것이다
예감과 예언이 뒤섞인 포만감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달리 죄를 짓게 한 빵이 있겠어
집행관들은 빈속을 달랠 겨를도 없이
속전속결로 형을 집행한다
북극성은 어디에나 있다
인간이 유폐시킨 가장 큰 동물로
정미주 시인
2023년《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