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어둠
선안영
어둠 속에 두어야 잘 썩지 않는다고
허드레 창고에다 까맣게 넣어두었던
상자의 옆구리를 찢고
터져 나온 알감자
섣부른 꿈들은 헛될 뿐 맹독이라고
새움은 얼음 들어 녹는 뿔이 될 거라고
끝없는 금지뿐이어서
슬픔은 시작되고
불끈 쥔 주먹들이 천불이야 만불이야
어둠 속에 그을린 돌멩이 불상인가
초록 숨 드릴처럼 날 세워
묵은 밤을 허문다
선안영 시인
2003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초록 몽유』『목이 긴 꽃병』『거듭 나, 당신께 살러갑니다』『저리 어여쁜 아홉 꼬리나 주시지』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