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시
  • 신작시
  • HOME > 신작시 > 신작시

2022년 1월호 Vol.07 - 김상미



  

사랑

 

김상미

 


   사랑을 믿느냐고요? 물론이죠. 사랑 때문에 완전히 망가진 적 있지만 그런 나를 달래다 또 그만큼 더 만신창이가 된 적 있지만, 사랑만은 믿어요. 사랑은 이 세상 것이 아니라는 것, 제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 당신도 알잖아요. 하여 요즘은 영원한 사랑? 그런 것 없이도 우아하게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트림까지 해요. 지독하고 지독한 사랑에 한 번 빠져 보았으니 이제는 사랑 따위 논하지 않아도 사랑 따위 없다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사랑이 아주아주 지겨울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주저하지 않고 사랑 같은 것 울릉도 호박엿과도 얼마든지 바꿔 먹어요. 사랑의 은총은 사랑을 믿고 안 믿고의 차원과는 다른 그 너머의 감정.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 그 문이 열렸을 때, 평생 가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한순간에 사라지는 사랑이 있을 뿐.

 

 

 

 
 

김상미 시인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잡히지 않는 나비』『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가 있음.
박인환 문학상, 시와표현 작품상, 지리산문학상, 전봉건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