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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Vol.04 - 이진희

  

청춘

 

이진희

 


 

함께 지나친 녹음 짙은 오솔길

반짝거리는 수면 일렁이던 푸른 하늘

나란히 기대어 서서 내려다본 창밖 골목

 

그 어떤 계절의 열매보다 달콤한

여름날 너의 땀방울

 

단번에 꺼져 든 심연 속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애초처럼

존재하지 않게 되는 때

 

그때를 증언할 목소리나 빛바랜 메모

하물며 태양조차 흔적 없어지고

 

어둠이라는 물질조차

물질이 아니게 되는 순간 닥치더라도

 

언젠가의 너와 나는

틀림없는 너와 나

 

비좁은 은하의 틈바구니

몹시 삐걱거리는 일인용 침대에서 

찰나가 영원인 듯 사랑을 나누곤 하던

 

 

 

  

 

 이진희 시인

2006년 계간《문학수첩》으로 등단.

시집 『실비아 수수께끼 『페이크』가 있음.

제13회 오장환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