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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호 Vol.01 - 채호기




반대편 사면에 요동치는 기우는 빛

    

채호기

 

 

펼쳐지는 풍경 속에는 눈앞에 보이는 것들과 누군가의

꿈이, 잡을 수 없는 무한한 것들의 순간순간

변하는 모양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수평과

수직이 공간을 짜고 있네, 시간의 느린 걸음으로.

 

그곳에는 곧 사라지고 말 것들의 들리지 않는 호소들이

들끓고 있다. 열기 때문에 빛난다. 아니

빛난다기보다 안타까운 비명들이 소리로 보이지 않고

색깔로 들리는 것. 그러나 풍경 속에는

 

정적과 고요만이 있다. 스러져가는 저녁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밝은 불꽃 다발인 매끈한 돌의

노란색 이마, 그게 고요의 기계장치일까? 기울어진

각도 때문에 빛이 산란되어 사물의 테두리가

 

뭉그러지고, 덧씌워지는 노랑의 짓뭉갬에 짓물러

흐려지지 않고 양각으로 돋는 가지 없는

소나무의 초록빛, 보는 이를 쳐다보는

초록색 눈, 그게 정적의 기계장치일까? 아아!

 

시시각각 재촉한다. 어둠이 곧 덮어버릴

이 빛나는 색깔들이 제각각 팔들을 내밀어본다.

닿기 위해 안간힘 쓰며 팔이 빠지도록

내민다. 허리를 굽히고 까치발 들고 보는 눈을 움켜쥔다.

 

 

 

  

 

채호기 시인

 

1988창작과비평 으로 등단.

시집 지독한 사랑슬픈 게이밤의 공중전화수련손가락이 뜨겁다 레슬링 질 수밖에 없는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등이 있음.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