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시
  • 신작시
  • HOME > 신작시 > 신작시

2021년 07월호 Vol.01 - 이은규




구두 수선공의 월요일

이은규                                                           

   

 

  먼 나라 사람들은 교회와 묘지에서도 춤을 췄답니다 바보들의 축제가 열리는 광장도 춤추는 사람들로 붐볐지요 어느 날은 다리 위에서 수백 명이 온종일 춤을 추는 바람에, 결국 다리가 무너지기도 했답니다 와르르 소리에 놀란 꽃들이 활짝 피어날 때, 그때의 사람들은 일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어요 일하는 날만큼 쉬는 날도 많았기 때문이지요 특히 구두 수선공들은 월요일에는 절대 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월요일을 성스러운 날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지요 우리는 그들의 후예, 월요일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는 막막합니다 먹먹합니다 이제 그 누구도 교회와 묘지와 다리 위에서 춤을 추지 않아요 왜 춤을 추지 않지요, 라고 물으면 우는 방법을 잊어버렸다고 변명하겠습니다 어쩌다 춤추며 우는 시간들과 헤어지고 말았을까요 오늘의 나라에는 수많은 법령들이 서리처럼 내려 앉아 있습니다 건설적인 사람들은 온 힘을 집중하고 있지요 우연과 즉흥과 이유 없음이 다시 피어나지 않도록 말이지요, 온 몸에서 리듬이 자라나지 않도록 말이지요 날마다 수많은 법령들이 새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꽃 대신 꽃의 아름다움만이 남아 혼자만 향기롭습니다 총총 

 

  

 

 

이은규 시인

2008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다정한 호칭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가 있음.